'천공의 성 라퓨타'는 단지 공중을 나는 모험 이야기가 아니다.
그 중심에는 기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어린이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윤리로 세상을 바꾸는지에 대한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기계와 권력의 논리 속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어른이 아닌 아이들에게 ‘윤리적 선택’의 주체 역할을 부여한다.
이번 글에서는 '천공의 성 라퓨타' 속 아동 캐릭터인 ‘시타’와 ‘파즈’를 중심으로 기술문명에 맞서는 순수성과 윤리의 힘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아이들이 지배하는 윤리적 판단의 세계
작품 속에서 '시타'와 '파즈'는 고대 기술의 보고인 라퓨타를 둘러싼 권력 다툼 한가운데 놓인다.
정부 요원, 군대, 해적까지 모두 라퓨타의 무한한 기술력과 에너지 결정을 손에 넣으려 하지만 이 두 소년소녀는 그 기술의 힘을 거부하고 파괴를 선택한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기술적 지식도, 권력도, 힘도 없는 아이들이 윤리적 결정을 주도한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파괴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술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주목한다. 이러한 설정은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보지 않고, 도덕적 주체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기술이 만든 폐허 위에 피어난 감정의 가치
라퓨타는 기계 문명의 정점이자, 동시에 몰락한 문명의 상징이다. 기계로 움직이는 로봇, 무한한 에너지, 자율적인 생태계. 하지만 거기엔 인간이 없고, 감정도 없다. 오직 로봇 하나만이 정원을 지키며 새를 보호하고 있을 뿐.
이 세계 속에서 '시타'와 '파즈'는 기술의 중심이 아닌 생명의 중심에서 행동하며 라퓨타의 기술을 지키는 것이 아닌 자연과 생명을 지키는 선택을 한다. 이는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인간다운 선택이며 그 기반은 이들이 지닌 윤리적 직관이라 생각한다.
기술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지만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윤리다.
그리고 그 윤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아이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선택한 ‘파괴의 용기’
'천공의 성 라퓨타'의 하이라이트는 '시타'와 '파즈'가 ‘파괴의 주문’을 외우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기술과 권력을 지배하려는 세력에 맞서 아이들은 라퓨타 자체를 붕괴시키는 길을 택하는 장면은 단순한 희생이 아닌 미래를 위한 윤리적 결단이다. 이때의 선택은 지식이 아닌 직관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은 ‘이 힘이 잘못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렇다면 이 힘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다.
이는 현대 사회의 기술 발전 속에서 종종 간과되는 부분 즉 기술의 윤리성 검토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라 볼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어른들이 자본과 군사력, 권력으로 기술을 이용하려는 현실과 대비해 아이들의 본능적 윤리감각이 오히려 더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순수한 마음이 만든 가장 강한 판단
'천공의 성 라퓨타'는 기술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윤리와 감정, 생명에 대한 존중을 무기로 삼는 아이들의 용기를 이야기한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그것을 다룰 윤리적 기준은 언제나 인간 내면에 달려 있다.
그 내면의 순수함은, 어린이의 마음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작품 전체를 통해 보여준다.
'시타'와 '파즈'는 단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이 아니며, 그들은 미래를 위한 윤리적 선택의 주체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이들의 결정에서 우리는 찾을 수 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마음이 세상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