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그는 단지 상상력으로 가득한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 시대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내는 예술가다.
2025년 지금, 그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자연과의 공존, 반전(反戰), 인간 내면의 성찰이라는 테마는 기후위기, 전쟁, 정체성 혼란 속을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 더 깊은 울림을 준다.
환경: 자연은 보호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존재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파괴, 탄소중립이 글로벌 어젠다가 된 지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새삼 다시 조명받고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파괴된 지구의 미래를 그리며, 환경 회복과 생태 균형의 중요성을 말하고,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자연신과 숲의 생명력을 실체화하여 인간과 자연의 갈등을 판타지로 풀어낸다.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순간, 생태계는 격렬히 저항한다.
그는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거나 보호하는 ‘주체’로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자연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기반이자,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존재’다.
2025년 현재, 기후 문제로 고통받는 인류에게 큰 시사점을 주는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이 막연하게 들릴 때,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은 감정과 상상으로 그 본질을 체감하게 만든다.
평화: 전쟁에 반대하고, 인간의 본성을 돌아보게 하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관되게 전쟁을 반대해왔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군국주의와 폭력에 대한 비판이 뚜렷한 작품이며, '붉은 돼지'에서는 파일럿이지만 싸움을 거부하는 주인공을 통해 “멋진 전투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의 반전 철학은 단순히 "전쟁은 나빠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전쟁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이성적인 인간을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몰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바람이 분다'에서 전쟁기 개발자 호리코시 지로는 자신의 꿈을 따라 비행기를 설계하지만, 그 결과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로 이어지는데 이 작품은 전쟁을 만들어내는 구조와, 개인의 이상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세계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이때, 미야자키의 반전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온다.
인간성: 환상이 아니라, 현실을 마주보는 성장 서사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환상적인 배경과 존재들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철저히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는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낯선 세계에 뛰어들어 그 속에서 자립과 책임감을 배워가고, '마녀 배달부 키키' 역시 사춘기를 겪는 한 소녀의 감정 변화와 자아 발견을 매우 현실적인 감정선으로 담아낸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성장’이라는 주제가 중심에 있다. 다만, 그 성장은 누군가의 도움이나 마법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2025년을 살아가는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이런 성장 서사는 매우 강한 공감을 준다. 사회의 불안정성과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세대에게, 미야자키의 인물들은 하나의 '마음의 나침반'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2025년에도 유효한, 시대를 초월한 철학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그저 ‘예쁜 그림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전쟁과 평화, 성장과 책임이라는 시대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현재에도 그의 철학은 계속 회자되며, 다양한 분야 – 환경, 교육, 예술, 심리학 –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연령을 불문하고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그리고 그 질문은, 벚꽃처럼 조용히 피어났다가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