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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틈새에서 감정을 포착하는 연출가,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

by 깔꼬미 2025. 4. 27.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

 

모리타 히로유키(森田宏幸, 1964~) 는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의 감독·연출가로, 2002년 '고양이의 보은'으로 장편 감독 데뷔한 인물이다. 그는 지브리 내에서도 독특한 존재였는데 화려한 판타지나 모험보다는 일상 속 작은 감정 변화, 인간관계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지브리 이후에도 다양한 TV 애니메이션, 극장판에 참여하며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작품 세계를 확장해왔고 지금도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감정을 가장 세심하게 연출하는 감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모리타 히로유키의 인생, 작품별 세계관, 연출 특징, 지브리 내부 위치, 그리고 후속 경력까지 자세히 보려고 한다.

도쿄에서 성장한 조용한 관찰자

모리타 히로유키는 1964년 도쿄에서 출생했고 어릴 적부터 영화, 소설, 만화를 좋아했지만 특별히 애니메이션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꿈은 없었다.

대학은 후쿠오카 대학 공학부 기계공학과를 전공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연출, 콘티 작업을 공부했다.

이 시절부터 그는 '거대한 이야기'보다는 '작은 감정선'에 관심을 가졌고, 인간 심리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는 기술을 연마했다.

그의 초기 애니메이션 단편은 가족 간의 침묵, 친구 사이의 서툰 감정 표현, 일상의 사소한 갈등 등을 주제로 삼으며 '일상의 드라마'를 그리는 연출가로 성장했다.

지브리 입사 – 콘티 연출로 두각을 드러내다

졸업 후 모리타는 프리랜서 원화가로 활동하다가 지브리와 인연을 맺게 된다.

'추억은 방울방울'(1991)의 동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1994)의 작화, '모노노케 히메'(1997)의 원화 등 지브리 주요 작품에 참여하면서 그는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주목을 받게 된다.

특히,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감정선이 중요한 주요 컷들의 원화를 담당하면서 정확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브리 내부에서는 "모리타는 드라마를 그리는 손을 가진 사람이다." 라는 평가가 돌기 시작한다.

'고양이의 보은'  – 첫 장편 연출, 지브리 스타일에서 벗어난 자유로움

2002년, 모리타 히로유키는 장편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猫の恩返し)'으로 지브리 감독으로 데뷔 한다.

이 작품은 '귀를 기울이면'의 스핀오프격 이야기로 '하루'와 '바론', '뮤타' 등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고양이 세계로 끌려간 소녀 하루의 모험을 그린다.

기존 지브리보다 훨씬 가벼운 터치, 판타지 세계를 리얼한 감정선으로 묶는 방식, 스토리보다 감정 흐름에 집중하며 '고양이의 보은'은 지브리 전통의 깊은 철학이나 무게감을 일부러 벗어나 가볍고 사랑스러운 성장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

이에 대해 가족 관객층에 좋은 반응과 소박하고 밝은 감정선을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깊이와 울림 면에서는 기존 지브리 작품보다 약하는 부정적 평가도 받았다.

흥행은 성공했지만, 지브리 내부에서는 “완성도는 높지만 지브리 특유의 중량감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연출 스타일 – 감정의 ‘틈새’를 그리는 사람

모리타 히로유키의 연출 특징은 다음과 같다.

항목 설명
감정 중심 사건보다 감정의 미묘한 변화에 집중
틈새 묘사 말보다 침묵, 액션보다 숨 고르는 순간을 중시
현실과 판타지의 균형 환상 속에서도 인간 심리를 정확히 유지
일상의 리듬 대사나 동작보다 장면 간 리듬으로 감정 유도

 

즉, 그는 드라마적 리얼리즘과 판타지적 설정을 감정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능숙했고, 이러한 특징은 '고양이의 보은' 뿐 아니라 그 이후 모든 작품에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지브리 이후 – 다양한 프로젝트와 자신의 세계 구축

'고양이의 보은' 이후,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은 지브리를 떠나 다양한 활동을 이어간다.

'극장판 블루 드래곤' – 연출, 'Bokurano(보쿠라노)'(2007) – TV 애니메이션 감독, '괴수왕 고모라' – 시리즈 연출을 맡았다.

특히, '보쿠라노'는 청소년들의 죽음과 선택을 다룬 무겁고 깊은 드라마로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 특유의 ‘감정적 정직성’을 절정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다.

그는 이후에도 강렬한 드라마성, 복잡한 인간관계 묘사, 침묵과 시선의 심리학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을 완성해나갔다.

모리타 히로유키의 위치 – ‘지브리다운’ 감독은 아니었지만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은 지브리에서 성장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식 판타지 서사, 다카하타 이사오식 현실주의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지브리 정신을 존경하지만, 지브리 스타일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이는 거대한 세계관, 뚜렷한 주제성, 심오한 메시지보다는 '하루의 고민', '한순간의 감정' 같은 미세한 감정 기록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리타 히로유키 – 일상의 감정을 수집하는 조용한 이야기꾼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은 지브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는 '주류'도, '대표'도 아니었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작은 감정, 조용한 성장, 미묘한 인간관계를 그려낸 귀중한 연출가다.

그는 서툰 감정을 껴안고, 서사보다 정서를 먼저 생각하며,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통해 삶의 사소한 떨림을 정직하게 기록한다. 그리고 그 조용한 울림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 한켠을 부드럽게 건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