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이질적이면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별을 쫓는 아이'는 환상적인 세계관을 통해 죽음과 상실, 그리고 그로부터의 치유를 이야기한다.
다른 작품보다 지브리 스타일에 가까운 이 애니메이션은 감정을 우회적으로 다루는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섬세함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며 감동을 전한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별을 쫓는 아이’는 어떻게 환상으로 승화시켰는지 그 감정선과 연출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죽음’을 다루는 방식, 직접적이지 않지만 깊은 울림
'별을 쫓는 아이'의 핵심 주제는 바로 죽음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죽음을 그저 상실의 아픔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죽음을 경험한 자들이 그 감정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또는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초현실적 세계인 '아가르타'를 통해 비유적으로 풀어낸다.
주인공 ‘아스나’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이후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년 ‘슌’과의 만남, 그리고 그와 다시 만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통해 '아스나'는 다시 한번 상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모험은 단순한 판타지 여행이 아닌 ‘죽음을 수용하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인상 깊은 건 죽음을 부정하는 인물들과 그렇지 않은 인물들 간의 갈등인데, 선생님이자 핵심 인물인 '모리사키'는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아가르타'의 문을 열려 하고, 그 과정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아스나'는 여행을 통해 서서히 상실을 받아들이고 결국 자신의 감정과 이별한다. 이 대비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관객에게 감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듯하다.
환상 세계 ‘아가르타’와 감정의 은유
‘별을 쫓는 아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바로 세계관이다. 지하 세계인 '아가르타'는 고대 문명, 신화, 사후 세계의 개념이 혼합된 신비로운 장소로 그 자체가 감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공간은 단순한 모험의 배경이 아닌 주인공들의 내면을 반영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가르타'는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있고 시간을 초월한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세계를 구성하는 풍경은 거대한 절벽, 빛이 스며드는 동굴, 말하지 않는 생명체 등 현실과는 다른 규칙을 따르는데 이러한 설정은 상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공간과 사물로 감정을 드러내는 연출로 연결된다.
특히, 중요한 장소 중 하나인 ‘생명의 문’은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무거운 대가를 요구한다.
이곳은 사랑하는 이를 되찾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 가져오는 파멸과 희생을 보여주는 장치이며 결국 그 문을 지나려는 자들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설정은 굉장히 철학적으로 다가온다.
환상은 이 작품에서 도피처가 아니라 감정을 직면하게 만드는 무대다. 그렇기에 '별을 쫓는 아이'는 단순한 모험물이 아닌 감정을 탐구하는 판타지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상실 이후의 성장을 그린 감성적 판타지
'아스나'는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 전혀 다른 인물이다. 초반의 '아스나'는 외로움을 숨기고 살아가는 평범한 소녀였지만 '아가르타'를 다녀온 후에는 상실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강한 내면을 가진 인물로 성장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통해 마주한 죽음의 진실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스나'는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직접 움직이고, 세계를 경험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선택을 하는데 이는 단순히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을 넘어서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특히, 이 작품은 지브리 애니메이션과의 유사성도 자주 언급되는데 모험의 구조, 생명의 테마, 신비로운 생명체 등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천공의 성 라퓨타'와 같은 지브리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신카이 마코토만의 섬세한 감정선, 풍부한 색채 연출, 공허한 배경 속 캐릭터의 시선 등은 이 작품을 지브리의 모방이 아닌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별을 쫓는 아이'는 죽음이라는 인간 본연의 두려움을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감싸안은 따뜻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다룬 가장 감성적인 판타지
'별을 쫓는 아이'는 화려한 액션이나 극적인 반전 없이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죽음과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신비로운 환상 세계를 통해 정제된 감정으로 그려내며 관객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이나 이별의 감정을 겪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작품이 주는 위로는 특별하지 않을까?
감정을 환상으로 담아낸 이 애니메이션은 한 번의 관람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깊이를 지닌 진정한 감성 판타지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