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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비판에서 자아 확장까지 '용과 주근깨 공주'

by 깔꼬미 2025. 4. 7.

용과 주근깨공주 포스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2021년 작품 '용과 주근깨공주'는 현실 세계에서 상처 입은 소녀가 메타버스 플랫폼 ‘U’에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SNS 시대의 정체성 문제와 디지털 공간의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한다.

디지털 자아와 현실 자아 간의 충돌,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불안과 정체성 문제를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단순한 가상세계 판타지가 아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소년과 부모에게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이자 성장의 의미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메타버스 속 새로운 자아의 발견

'용과 주근깨공주'의 중심 무대인 ‘U’는 전 세계 50억 명이 사용하는 거대한 디지털 플랫폼이다.

이곳에선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As'가 현실의 신체 및 심리 상태를 반영하며 존재하고, 주인공 ‘스즈’는 현실에서는 내성적이고 자신감 없는 여고생이지만 'U' 안에서는 아름답고 노래 잘하는 '벨'로 살아가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 설정은 우리가 오늘날 SNS에서 겪는 디지털 자아의 분리 현상을 잘 보여준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속 ‘나’는 현실의 나와는 다를 수 있으며 때로는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이면에는 디지털 공간이 과잉 경쟁과 폭력의 공간으로 변할 위험성도 있다. 극 중 '벨'은 ‘용’을 돕는 과정에서 악플과 추적, 공개적인 모욕을 당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SNS에서 목격하는 여론 몰이, 사이버 불링과도 닮아 있다.

호소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디지털 공간은 자아를 억압하거나 왜곡하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자아를 확장하고 진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체성: 벨과 스즈, 두 자아의 통합 과정

'스즈'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이후 노래를 할 수 없게 되는데 그런 그녀가 'U'의 세계에서는 '벨'이라는 자아로 모든 감정을 노래로 풀어낸다. 이처럼 두 세계 속 두 자아는 그녀가 겪는 정체성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상처받고 위축된 상태로 이는 현대 청소년들이 SNS에서는 활발하고 반짝이는 이미지로 살아가지만 실제 일상에서는 외로움과 불안을 겪는 모습과도 겹쳐진다.
작품이 진행되며 '스즈'는 '벨'의 모습에 점점 가까워지고, 결국 현실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하게 된다. 이는 현실 자아와 디지털 자아가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 즉 자아 정체성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 메시지는 청소년뿐 아니라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매우 중요한데 자녀가 인터넷과 SNS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 공간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작품은 말하고 있다.

성장: 두려움을 이겨내는 진짜 용기

'용과 주근깨공주'에서 '성장'은 단순히 어른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즈'는 'U'에서 ‘용’이라는 미스터리한 존재를 만나고, 그가 현실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소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도움이 필요한 타인을 위해 현실에서 직접 행동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이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로서 디지털 세계에서 얻은 용기와 연결감이 현실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곧 진짜 성장이 된다는 것이다. 단지, 가상의 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현실의 나도 변화하게 만드는 과정, 이것이 바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성장'이 아닐까?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원은 그 아이가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일이다. 

이 작품은 단지 판타지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겪는 진짜 감정과 성장의 서사를 따뜻하고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가상은 현실을 바꾸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다

'용과 주근깨공주'는 화려한 애니메이션 기술과 감성적인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그 이면에는 디지털 시대의 자아 문제, SNS와 현실 사이의 갈등, 그리고 진정한 성장의 의미라는 묵직한 주제가 숨어 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우리는 누구나, 두려움 너머에서 진짜 자아를 만날 수 있다.” 고 이 작품을 통해 말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한가운데에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 SNS 속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